💡 김호연 작가의 장편소설 『불편한 편의점』 완독 후기 및 인상 깊은 구절 기록.

불편한 편의점

AUTHOR : 김호연

GENRE : 한국소설

PUBLISHER : 나무옆의자

START DATE : 2026-09-27

END DATE : 2026-09-28

RATING : ★ 3.3 / 5.0

REVIEW

편의점은 말 그대로 편리해야 하는 장소다. 편리함을 최우선으로 내세워 만들어진 공간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불편한 편의점'이라는 제목은 매우 모순적으로 다가왔고, 도대체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지 자연스레 호기심이 생겼다.
이 작품은 노숙자 출신의 독고 씨가 편의점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며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을 그려낸다. 먼저 독고 씨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면, 그는 과거 노숙자였으며 행동이 굼뜨고 말투도 어눌하다. 무엇이든 '빨리빨리' 처리해 버리는 요즘 세상 사람들의 기준에서 볼 때, 그는 타인에게 다소 불편함을 주는 존재다. 하지만 세상과 다른 템포로 살아가고 있기에, 독고 씨는 역설적으로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발견하고 따뜻한 관심과 위로를 건넬 수 있다. 편의점에는 다양한 인간군상이 모여든다. 이 책 역시 여러 사람의 에피소드가 이어지고, 그들과 독고 씨가 맺는 관계를 통해 이야기가 전개된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스쳐 지나갈 때는 몰랐던 것들을 천천히 살필 때 비로소 알 수 있듯 독고 씨 역시 자신만의 느린 속도로 타인의 아픔을 포착해 낸다는 것이다.
'불편함'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게 된다. 우리는 그동안 삶의 불편함을 극복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 왔고, 그 결과 지금처럼 편리한 세상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불편함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바른 자세를 유지하려면 몸이 다소 불편해야 하듯, 불편함에서 비롯되는 장점도 분명히 존재한다. 이 작품에서는 그 작은 불편함이 누군가에게 따뜻한 위로와 격려가 되어 돌아온다. 그렇기에 이 책이 유독 따뜻하게 느껴졌고, 앞으로는 내 주변의 불편함도 조금 더 긍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 작가 역량의 중요한 요소는 '설득력'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작품에 설득력이 있으려면 무엇보다 독자가 이해하기 쉽게 글을 써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막힘없이 술술 읽히는 훌륭한 작품이었다.

IMPRESSIVE

딜런의 외할머니가 어린 밥 딜런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해요. 행복은 뭔가 얻으려고 가는 길 위에 있는 것이 아니라 길 자체가 행복이라고. 그리고 네가 만나는 사람이 모두 힘든 싸움을 하고 있기 때문에 친절해야 한다고
"잘 들어. 이놈아, 우리같이 돈도 힘도 없는 노인들은 발언권이 없는 거야. 성공이 왜 좋은 줄 아나? 발언권을 가지는 거라고. 성공한 노인들 봐. 일흔이 넘어도 정치하고, 경영하고, 응! 떠들어도 밑에 젊은 놈들이 경청한다고. 걔들 자식들도 충성하고. 근데 우린 아냐. 우린 망했잖아. 그런데 떠들긴 뭘 떠들어!"
신기했다. 죽음이 창궐하자 삶이 보였다.
편의점이란 사람들이 수시로 오가는 곳이고 손님이나 점원이나 예외 없이 머물다 가는 공간이란 걸, 물건이든 돈이든 충전을 하고 떠나는 인간들의 주유소라는 걸, 그녀는 잘 알고 있었다. 이 주유소에서 나는 기름만 넣은 것이 아니라 아예 차를 고쳤다. 고쳤으면 떠나야지. 다시 길을 가야지. 그녀가 그렇게 내게 말하는 듯했다.
"코로나가 심해져 어떻게 될지 모르겠어요. 하필이면 필생의 역작을 쓰니까 세상이 뒤집히고 난리지 뭐예요." 정 작가가 마스크 위로 초롱초롱한 눈동자를 빛내며 말했다. 자신의 비극을 웃으며 말하는 그녀의 모습에서 알찬 기운이 느껴졌다. 그건 꿈을 품고 사는 사람이 가진 힘이 아닐까?
결국 삶은 관계였고 관계는 소통이었다. 행복은 멀리 있지 않고 내 옆의 사람들과 마음을 나누는 데 있음을 이제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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