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체
AUTHOR : 류츠신
GENRE : 중국소설
PUBLISHER : 자음과모음
START DATE : 2026-08-09
END DATE : 2026-09-11
RATING : ★ 4.8 / 5.0
REVIEW
내가 알고 있던 세계가 너무 좁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책을 읽고 나니 그 세계가 훨씬 확장된 것 같았다. 그동안 나는 무엇에 가로막혀 더 넓은 세계를 보지 못했을까?
1권은 삼체 문명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다. 인류에 환멸을 느낀 예원제가 삼체 문명에 희망을 걸지만, 이마저도 희망이 아님을 깨닫는다. 예원제가 복수심에 잘못된 선택을 하고 이를 깨달아 가는 과정이 잘 묘사되어 있다. 이 과정에서 등장한 삼체 문명은 내가 지금껏 접한 어느 외계 문명보다 구체적이다. 특히 삼체계의 불규칙하고 가혹한 환경을 견디기 위한 '탈수'는 너무나 색다른 생존 메커니즘이라 큰 충격을 주었다. 또한 3개의 태양을 가진 세계라니, 상상의 폭이 매우 자유롭고 방대했다. 이 점이 읽는 내내 흥미와 몰입을 넘어 감탄을 자아내게 만들었다.
인류를 지키기 위해 상대적으로 적은 희생을 선택하는 왕먀오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고 싶다. 최악을 막기 위해 차악을 선택하지만, 죄책감은 왜 온전히 자신의 몫이어야 할까. 이만큼 스케일이 크진 않더라도 나 역시 이런 선택을 해야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혹시 더 나은 결말이 있지 않을까?' 싶지만, 역시 나 또한 방관하고만 있을 성격은 못 되기에 왕먀오와 같은 선택을 할 것 이다.
2권에는 삼체 세계에 맞서기 위해 선출된 면벽자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대응하는 과정, 그리고 그들이 파벽자에게 파괴되는 모습. 그리고 결국 암흑의 숲 법칙을 깨달은 뤄지가 평화를 쟁취해 내는 모습이 담겨있다. 암흑의 숲 법칙을 활용해 삼체 세계를 위협하는 뤄지의 모습에 쾌재를 불렀다. 정말 벼랑 끝까지 몰린 상태, 발만 헛디뎌도 낭떠러지로 추락하는 상황에서 협상이 이루어지니 더욱 극적으로 느껴졌다. 그 과정이 너무 재미있었고 정말 기발했다. 인류의 생존이라는 같은 목표를 두고도 인물마다 걸어가는 방향이 얼마나 다른지 살펴보는 점도 흥미로웠다.
3권에서는 청신의 감성적인 선택으로 삼체인의 재침공이 시작되고, 결국 물리 법칙(차원)을 무기화한 고등 외계 문명에 의해 태양계 전체가 2차원의 그림으로 압착되어 멸망하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청신은 인류를 지키기 위해 여러 선택을 한다. 그 방향은 언제나 부드럽고 따뜻한 선의를 향해 있다. 하지만 이러한 선택은 번번이 비극을 초래한다. '생존을 가로막는 것은 무능과 무지가 아니라 오만'이라는 말처럼, 청신의 도덕적이고 감성적인 선택이 태양계 전체를 멸망으로 몰고 간 것이다. 우리는 항상 도덕적이고 올바른 선택을 해야 한다고 배워왔는데, 그 선택이 초래한 결과가 인류의 멸망이라는 점은 정말 충격적이었다. 한편으로는 청신에게 한 번쯤은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지 않았냐고 묻고 싶기도 했지만, 정답이 없는 선택의 기로에서 선의로 선택을 내린 청신을 어떻게 비난할 수 있을까 싶기도 했다.
또 다른 인물인 원톈밍에 대해서도 이야기해 보고 싶다. 원톈밍은 청신에게 이용당하지만, 그녀를 위해 인류에게 구원의 열쇠를 전달해 주는 위대한 인물이다. 원톈밍은 너무나도 로맨틱하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별을 주고, 목숨을 걸고 인류 구원의 열쇠를 건네며, 결국 소우주까지 준다. 이보다 로맨틱할 수가 있을까? 이 셋 중 하나도 일생에서 누군가를 위해 쉽게 할 수 없는 일인데, 원톈밍은 이 모든 것을 오직 청신만을 위해 해낸다. 그동안 내가 읽은 소설을 통틀어 이렇게 엄청난 로맨티스트가 있었나 싶다. 단언컨대 없다. 이는 단순히 누군가를 깊이 사랑한다고 해서 가능한 일이 아니다. 돈이 많다고 해서, 머리가 비상하다고 해서 가능한 일도 아니다. 무엇보다 "별도 따 줄게, 우주를 줄게" 같은 말로만 존재하던 것을 현실화할 수 있는 상상력이 필요하다. 원톈밍이 정말 멋있는 사람이라고 느꼈다.
1권부터 3권까지 꽤 긴 소설임에도 늘어지는 부분 없이 매끄럽게 끌고 갔다. 그 와중에 방대한 세계관과 과학적 지식들을 담아내고 있어, 작가가 과연 나와 같은 사람이 맞나 싶기도 했다. 얼마나 여러 분야에서 깊이 있게 성찰했으면 이런 책을 쓸 수 있을까 싶었고, 한편으로는 작가가 아는 것이 많았기에 이런 작품이 나올 수 있었겠구나 싶었다. "AI는 프롬프트만큼 똑똑하다"라는 말이 있다. 이와 동일한 선상에서 보자면 작가의 상상력 역시 자신이 아는 깊이만큼 발휘되는 것 같다.
<삼체>를 읽고 (좋은 의미로) 정말 큰 충격을 받았다. 무엇이라도 더 많이 보고, 듣고,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삼체>는 우주와 외계 존재에 대한 내 상상력의 한계를 넓혀준 책이다. 정말 값지고 의미 있는 경험이었다.
IMPRESSIVE
······.
나는 그 기도를 속으로 말해보았습니다. 읊을수록 이상했고 나중에는 말할 수 없는 공포가 몰려왔습니다. 그래서 그분의 방으로 찾아갔습니다.
"누가 부처님한테 다른 신을 보호해달라고 한다면 그게 무슨 일일까요?"
······.
"그녀의 주는 실제로 존재하는 것이네."
······.
"그렇다면…… 부처는 존재하지 않습니까?"
"부처의 존재는 자네가 이해할 수 없다네. 하지만 그녀가 말한 주는 자네가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존재하지……. 나는 이 일에 대해 더 설명할 능력이 없네. 그저 그녀와 같이 가지 말라는 말밖에는."
······.
말을 마친 에번스는 갑자기 이야기가 따분해졌는지 일하러 가야 한다며 삽과 톱을 들고 자리를 떴다. 헤어질 때 그는 예원제에게 무엇인가 특별한 것이 있다는 듯 한 번 더 쳐다보았다.
"고상하고, 순수하며, 도덕적이고, 저속한 재미를 초월한 사람이다."
"첫째, 생존은 문명의 첫 번째 필요조건이다. 둘째, 문명은 끊임없이 성장하고 확장되지만 우주의 물질 총량은 불변한다."
"왜죠?"
"저녁놀이 사라지면 별을 볼 수 있지만 아침놀이 사라진 뒤엔……."
"환한 태양 아래 현실만 남죠."
"문학 창작이란 변태적인 일이구나."
"적어도 셰익스피어, 발자크, 톨스토이는 그랬어. 그들이 만들어낸 이미지는 모두 이런 식으로 그들이 상상한 자궁에서 태어난 것들이야. 하지만 요즘 작가들은 이런 창조 능력이 없어. 그들의 생각 속에서 만들어진 것은 하나같이 지리멸렬한 조각과 괴물들뿐이지. 그 짧은 생명으로 비이성적이고 난해한 경련을 일으킬 뿐이야. ······."
"그래, 믿어." 뤄지는 자신과 바이룽 사이의 거리가 얼마나 멀었는지도 깨달았다. 그들은 한참 동안 침묵했다. 실오라기 같은 전자파가 나풀거리며 밤하늘의 산을 건너 그들 사이를 마지막으로 이어주고 있었다. 뤄지가 물었다.
"네게도 이런 사람이 있는 거지?"
"맞아. 이미 오래전부터."
"그 사람은 지금 어디에 있어?" 전화기 저편에서 바이룽이 가볍게 웃었다.
"한 군데 말고 또 어디에 있을 수 있겠어?"
"그게 뭔가요?"
"원한이오."
이렇게 죄책감을 느끼고 있으면서 무엇을 위해 이들을 희생시키고자 하는 걸까? 사람은 참 이중적인 것 같다.
"그게 뭐죠?"
"바로 멸종시키는 거예요. 그건 문명에 대한 최고의 존중이에요"
시간이 문명을 위해 흐르는 것이 아니라 문명이 시간을 위해 흐르는 것이다.
"대협곡 기념비야."
'문명이 시간을 위해 흐르게 하고, 시간이 삶을 위해 존재하게 하라'
"아시아 함대 소속 블루스페이스호입니다!"
"북미 함대 소속 엔터프라이즈호입니다!"
"아시아 함대 소속 딥스페이스호입니다!"
"유럽 함대 소속 무한법칙호입니다!"
둥판옌쉬가 마지막으로 장베이하이에게 경례를 했다.
"아시아 함대 소속 자연선택호입니다! 선배님께서 인류의 항성급 전함 다섯 대를 지켜주셨습니다. 이 다섯 대는 현재 인류가 가진 우주 함대 전체이기도 합니다. 이제부터 저희는 선배님의 지휘에 따를 것입니다!"
"얘야, 넌 적의 눈을 주시하지 않았어."
Ice가 대답했다.
"당연히 그럴 수 없죠. 이 사막의 존재는 지구가 자연적으로 진화한 결과가 아니니까요. 사막화를 일으킨 건 인류 문명이고 문명의 행위는 물리학의 법칙으로는 예측할 수 없잖아요."
"좋아. 그런데 우리와 우리 동료들은 어째서 물리학의 법칙만으로 현재 우주의 상태를 해석하고 우주의 미래를 예측하려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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